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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12년 전, 내게는 무뇌증에 걸린 아들 찰스가 있었다.

시간은 아픔을 치유하기 마련이다. 나는 하나님께 의지하며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듯 아름다운 기억도 함께 흘러가버린다. 찰스를 그대로 내 안에 간직하기 위해, 아들이 태어났던 그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기 위해, 이 모든 걸 하나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나는 그 무언가라도 꼬옥 붙잡고 싶은 심정이다.

당시 우리는 가까이 의지할 만한 가족이 곁에 없었다. 다들 멀리 떨어져 살았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내게 임신중절을 강요했다. 목사님과 교회 식구들은 임신을 계속 유지해라며 격려했지만 그 이상의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

여기 홈페이지에서 나와 똑같은 체험을 한 가족들의 글을 읽어 나가다보니 진한 슬픔이 밀려든다. 그 당시 모든 걸 되돌릴 수 만 있다면...
임신 7개월 즈음 아이의 무뇌증 진단을 받았다. 어떤 의사는 임신중절을 하라고 압박했고, 내 산부인과 주치의는 임신을 유지하라고 격려했다. 우리는 그 당시 감히 임신유지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것만이 옳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찰스는 출생 후 한 시간 20분을 살았다. 아이 사진을 여러 장 남겨야 했는데 아쉽게도 우리 수중에는 카메라가 없었다. 그저 찰스 사망 후 촬영된 의학용 사진만을 간직하고 있을 뿐.

우리는 아이의 추도예배만은 치르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의사들의 완고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분만 직후 400km나 떨어진 내 고향으로 이동해 아이의 장례식을 그래도 만족스럽게 잘 치뤘다.

찰스를 좀 더 오래 안아봤어야 하는데... 아이에게 한번 젖을 물려 봤어야 하는데... 물론 젖을 빨진 못했겠지만 그래도 한번 시도라도 해봤어야 하는데... 유도분만 시 내가 너무 성급했던 건 아닐까?

다른 부모들의 경험담을 읽으면 위로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지금 나는 그 당시 아들에게 해주지 못했던, 아이와 경험하지 못했던 일들만 떠올리면서 가슴 깊이 후회만 하는 중이다.

지금 이러한 생각이 다시 떠오르는 건, 바로 지금이 아들의 무뇌증 소식을 처음으로 접한 계절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지난 12년간 내게 정말 많은 가르침을 주셨고 나를 더 강하게 만들어 주셨다. 현재 찰스의 남동생이 심장 이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그러나 찰스를 통해 강해진 덕분에 나는 아들의 병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찰스를 통해 나는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배웠다. 그리고 하나님은 인생의 굴곡에서 우리를 늘 인도하심을 깨달았다.

나는 기도한다, 이 무거운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고. 그리고 아직도 엽산 생각이 난다. 그때 엽산이라도 잘 챙겨 먹었더라면...

다이애나 배일리

 

 

마지막 업데이트: 2019.04.17